첫 부수는
마지막 장이 아닙니다.

오래 읽히는 책에도, 조용한 시작이 있었습니다.
네 작가의 출판 기록을 따라갑니다.

오늘날 널리 읽히는 책도 처음부터 많은 독자를 만난 것은 아닙니다. 가까운 사람에게만 건넨 책이 있었고, 팔리지 않아 저자에게 돌아온 책도 있었습니다. 직접 펴낸 얇은 시집이 평생의 작업으로 자라기도 했습니다.

니체, 소로, 휘트먼, 포터. 이들의 편지와 일기, 남아 있는 판본에서 책의 첫 모습을 살펴봅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세상이 알아보기 전에도, 쓸 이유는 있었습니다.

1883년,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첫 부분을 출간하기에 앞서 친구 페터 가스트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백 쪽 남짓으로 예상한 책을 자신의 가장 좋은 작품이라고 부르며, 이 글을 쓰고 마음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았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이후에도 이야기를 이어 썼습니다. 앞의 세 부분을 차례로 펴낸 뒤, 1885년에는 마지막 부분을 40여 부만 따로 인쇄했습니다. 가까운 친구들에게만 건네기 위해, 일반에는 판매하지 않기로 한 책이었습니다.

오늘날 이 작품은 니체를 대표하는 고전으로 읽힙니다. 그러나 널리 알려지기 전에도, 그에게는 이미 이 책을 쓸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 출간을 앞둔 편지에는 자기 글의 가치를 믿는 마음과, 그것을 써냈다는 기쁨이 남아 있습니다.

이 기록을 읽으면, 책을 낼 이유가 세상의 평가보다 먼저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래 품은 생각을 정리하고, 꼭 전하고 싶은 누군가에게 건네는 일. 당신의 책도 그 마음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출처와 판본 기록

첫 문단은 1883년 2월 페터 가스트에게 보낸 편지를 요약했습니다. 백 쪽은 당시 니체가 예상한 분량입니다. 1885년의 40여 부는 작품 전체가 아닌 제4부의 사적 인쇄본으로, 초기 영문판 서문에는 40부, 토머스 브로비에르의 2023년 연구에는 45부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판매 실패로 소량 인쇄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콩코드강과 메리맥강에서의 일주일

첫 책이 돌아온 뒤에도, 다음 책을 냈습니다.

소로는 첫 책의 팔리지 않은 재고 706부를 돌려받았습니다. 그 이듬해, 『월든』을 출간했습니다. 첫 책의 부진으로 그의 집필과 출간이 멈추지는 않았습니다.

첫 책 『콩코드강과 메리맥강에서의 일주일』은 형 존과 함께한 강 여행에서 시작됐습니다. 소로는 1849년 자신의 비용으로 1,000부를 펴냈지만, 판매는 저조했습니다. 재고가 돌아온 1853년 10월, 그는 일기에 장서가 거의 900권인데 700권 넘게 자신이 쓴 책이라고 적었습니다. 곤란한 사정을 담담한 농담으로 남겼습니다.

소로는 이미 쓰고 있던 『월든』을 계속 다듬었습니다. 1854년 8월, 이 책은 틱너 앤드 필즈에서 나왔습니다. 돌아온 첫 책과 새로 펴낸 다음 책. 소로의 출판 기록에는 두 장면이 나란히 남아 있습니다.

출처와 판본 기록

첫 책은 1849년, 『월든』은 1854년에 출간됐습니다. 1853년에 돌아온 706부에는 제본된 책 256권과 제본 전 인쇄물 450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풀잎

열두 편의 시에서, 평생의 책이 시작됐습니다.

『풀잎』의 첫 판에는 시가 열두 편뿐이었습니다. 휘트먼은 이 작은 시작을 평생 고치고 보태며, 수백 편의 시를 담은 책으로 키웠습니다.

1855년, 휘트먼은 제목 없는 시 12편과 서문을 묶어 직접 출간했습니다. 표지를 디자인하고 조판에도 참여했으며, 인쇄 비용을 댔습니다. 출간 뒤 책을 받아 본 랠프 월도 에머슨은 편지로 작품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다만 당시의 반응이 모두 호의적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휘트먼은 1856년 두 번째 판에 시 33편을 담았습니다. 이후에도 시를 더하고 순서를 바꾸며 책을 다시 펴냈습니다. 1892년에 이르기까지 이어진 개정의 시간은, 첫 책이 완성인 동시에 다음 작업의 시작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출처와 판본 기록

12편은 1855년 초판, 33편은 1856년 두 번째 판에 실린 시의 수입니다. 『풀잎』은 휘트먼 생전에 여러 차례 개정·증보됐습니다.

피터 래빗 이야기

한 아이에게 쓴 편지가, 첫 책이 됐습니다.

『피터 래빗 이야기』는 포터가 직접 펴낸 250부의 작은 책으로 출발했습니다. 그보다 앞선 시작은, 아픈 아이 한 명에게 보낸 그림 편지였습니다.

1893년, 포터는 노엘 무어에게 네 마리 토끼가 등장하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몇 해 뒤 그 편지를 빌려 글과 그림을 손보고, 아이 손에 들어가는 작고 부담 없는 책을 준비했습니다. 여러 출판사의 거절을 겪은 끝에 1901년 12월, 자신의 비용으로 첫 책을 인쇄했습니다.

포터는 직접 만든 책 한 권에 수정할 내용을 표시하며 프레더릭 워른 출판사와 다음 판을 준비했습니다. 글을 줄이고 그림을 고친 책은 1902년 10월, 컬러 그림을 담은 8,000부로 나왔습니다. 한 아이를 위해 쓴 이야기가, 책을 만들고 다시 다듬는 시간을 거쳐 더 많은 아이에게 닿았습니다.

출처와 판본 기록

1901년의 250부는 저자가 직접 펴낸 판본입니다. 본문 그림은 흑백, 권두 그림은 컬러였습니다. 1902년의 8,000부는 프레더릭 워른에서 펴낸 첫 상업판입니다.

첫 독자는,
한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네 작가가 책을 펴낸 이유와 방식은 서로 달랐습니다. 이들의 기록에는 첫 반응을 넘어, 책을 건네고 원고를 고치며 다음 판을 준비한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원고를 세심하게 읽고, 누구에게 어떤 모습으로 건넬지 정하는 일입니다. 한 권의 시작에는 그만큼의 정성과 용기가 필요합니다.

당신의 원고가 첫 독자를 만날 수 있도록, 함께 준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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